'서시'도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었습니까.
"곡이 잘 안돼 고민하던 차에 고2 시험감독을 들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반에 서시가 표구가 돼 있었어요. 그렇게 안 만들어지던 곡이었는데 순간적으로 머리에 번뜩하더군요. 시험감독하면서 오선지(五線紙)에 그리기 시작했지요. 서시엔 두 가지 해석이 있어요. 문학사적으론 애국시로 분류되지만 사촌동생인 가수 윤형주는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저희 형님은 신앙시인'이라고."
―신앙시인?
"하늘이 하나님을 뜻하거든요. 별은 진리(眞理), 바람은 성령(聖靈)을 은유하기도 하고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
조선일보 /2010.7.3 문갑식의 하드보일드 / 작곡가 한태근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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