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AG 페어종목 포기 왜?

11월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 바둑 국가대표로 선발된 국내 여류 최강 조혜연(25·고려대4) 8단이 ‘주일(일요일)에는 예배 이외에 아무 일도 해선 안된다’는 종교적 소신(기독교의 주일성수·主日聖守)에 따라 페어종목 출전을 포기해 논란이 될 것 같다.

국가대표 선수가 종교적 소신을 내세워 국제대회 종목 출전을 포기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외국의 경우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영국 육상대표인 금메달 후보 에릭 리들이 주종목인 100m 경기가 일요일에 열리자 같은 이유로 출전을 거부, 영국에서 “편협하고 옹졸한 신앙인”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주종목이 아닌 400m에선 우승하면서 기독교 일각에선 신에 대한 ‘순종’의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조 8단은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일에 대국을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지켜왔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일요일에 경기가 있는 페어종목에는 출전을 안하지만 평일에 벌어지는 단체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바둑에는 남녀 단체전과 페어 3종목에 금메달이 걸려있으며, 3명의 선수와 1명의 후보로 구성된 여자대표 중 조 8단이 최강자여서 실력대로라면 단체전과 페어에 모두 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와 관련해 바둑대표선수단 결단식이 거행된 26일 한국기원에서 C 9단이 후배인 조 8단에게 “일요일 대국을 안할거면 왜 대표선발전에 나와서 혼선을 주느냐”고 애정어린 책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8단은 “선발전에 앞서 양재호(9단) 감독과 윤성현(9단) 코치에게 대표에 선발되더라도 ‘주일성수’는 지킬 것이라는 양해를 미리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 감독은 “대표 선발과정에서 종교를 이유로 동등한 자격을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며 “조 8단은 국내 최강자인만큼 단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달 중순부터 진행중인 훈련에서 조 8단은 페어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단체전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조 8단은 지난 2005년에도 마스터즈배 여자부문 결승전에서 같은 이유로 대국을 포기한 바 있으며 그해 제4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도 출전 포기를 선언했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