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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동안 세습도 분열도 없던 교회… 책으로 남겼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31/2018083100126.html


'안동교회 이야기' 쓴 유승준 작가, 12년 만에 개정판 내고 교회 찾아
"안동서 예수 잘 믿는다는 것은 남에게 본 되고 예의 바르다는 뜻"

"한국에 '이런 교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110년 동안 한 번도 분열하지 않고 지역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교회가 있다는 걸요."(유승준 작가)

"저희보다 잘하는 교회도 많습니다. 신앙 선배들이 쌓은 훌륭한 전통을 잘 살리고 더 좋은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승학 담임목사)


지난 2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안동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와 유 작가는 최근 나온 '안동교회 이야기'(홍성사) 개정판을 함께 펼쳐보면서 덕담을 건넸다. 이 책 초판이 나온 건 2006년. 유 작가와 안동교회 인연의 시작은 2005년 10월 조선일보에 실린 '성경 필사 세계 신기록?… 25년간 한·영·일어로 4번씩 쓰다'는 기사였다. 당시 90대에 이른 김광현 원로목사의 아내 최의숙 권사가 기사의 주인공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유 작가는 안동교회를 찾았다. 1909년 설립된 안동교회는 이 지역의 모(母)교회로서 유치원, 중·고교, 병원을 세우면서 근대 문명을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6·25, 근대화 과정에서 모범을 보인 것은 물론이다.

1937년 건축된 안동교회 돌예배당 앞에 선 김승학(왼쪽) 담임목사와 유승준 작가. 유 작가는 “여러 이유로 한국 교회가 손가락질 받는 요즘 ‘이런 교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안동교회 이야기’를 썼다”고 했고, 김 목사는 “교회가 거룩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37년 건축된 안동교회 돌예배당 앞에 선 김승학(왼쪽) 담임목사와 유승준 작가. 유 작가는 “여러 이유로 한국 교회가 손가락질 받는 요즘 ‘이런 교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안동교회 이야기’를 썼다”고 했고, 김 목사는 “교회가 거룩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현장을 찾은 유 작가가 목격한 것은 김광현 상(上)원로목사와 김기수 원로목사, 김승학 담임목사 등 성(姓)만 같을 뿐 혈연관계는 없는 3대에 걸친 담임목사가 친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처럼 공경하고 배려하며 지내는 모습이었다. 교회는 말씀을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최 권사뿐 아니라 교인들은 1991년엔 '성경 천독(千讀)' 운동, 1995년엔 성경 필사 운동을 펼쳤다. 신구약 전체를 그림으로 그린 초등학생도 나왔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안동 지방 특유의 양반 문화 덕분이기도 했다. 목회자와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면 교인들이 순종했다. 교회가 필요하다면 스틱 한 번 안 잡아본 중년 여성 신자가 학원을 다니며 배워서 드럼을 연주하는 곳이 안동교회다. 유 작가는 "안동에서 예수를 잘 믿는다는 것은 행실이 바르고, 인격적이며, 남에게 본이 되고, 예의 바르며,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같은 교회 이야기를 12년 만에 개정판까지 낸다는 것은 특별하다. 유 작가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9년 완공된 연면적 1500여 평 규모의 100주년기념관은 이 지역 문화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회는 기념관을 지으면서 담장을 없앴고, 주민에게 개방했다. 어린이 도서 3만3000권, 청소년·성인용 도서 3500권, 영어 CD 4500개를 소장한 하늘씨앗어린이도서관은 주당 이용자가 750명에 이른다. 하루 400~500명이 찾는 1층 로템나무카페 손님의 70%는 일반 주민. 기념관은 '안동평생교육센터' '안동노인종합복지센터'로도 쓰인다. 2층 1000석 규모 경로대학에선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동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10년 사이 김광현·김기수 목사를 비롯해 많은 이가 돌아가셨지만 교회는 더욱 젊어지면서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김승학 담임목사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유럽 수도원들을 순례했다. 초교파적 영성공동체로 세계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테제공동체와 한때 중세 기독교 개혁운동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거대한 유적으로만 남은 클뤼니수도원의 대조적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자동차로 불과 10분 정도 거리의 두 곳을 보면서 지금 안동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묵상했습니다." 110년 안동교회의 변신은 계속되고, 유 작가는 또다시 개정 증보판을 내야 할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31/2018083100126.html